내가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를 조금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어서, 고민중이에요. 사실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면서 느낀 건데 브랜드 디자이너로서의 한계는 되게 정확하게 있거든요. 우선 제가 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브랜드를 위해서 하는 건데, 그 브랜드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렇게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. 브랜드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브랜드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생각보다 조금 제한이 있어요. 토대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토대에 살을 좀 입히는 역할을 좀 해보고 싶은 것 같네요. 앞으로 새로 나오는 기술들은 얼마나 많을 것이며,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이 또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런 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. 내가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내 아이디어만 가지고, ‘이런 브랜드가 되세요.’라고 얘기를 하기에는 내 역할이 너무 작아진 것 같아서 그거를 좀 뛰어넘어보고 싶었어요.

40:20:20. 사실 20대를 생각하면 꿈하고 직업의 비중이 굉장히 컸었거든요. 나이가 들면서 여러 일을 하고, 여러 사람을 만나고,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다보니 일상의 중요함이 점점 커지는 것 같더라고요. 지금은 그리고 꿈이라는게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은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.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꿈이 될 수 있게 하고자 하는데, 예컨대 내가 내일 김치찌개를 끓여먹는 것도 꿈이고 이번 주말에 친구랑 야구 보러가는 것도 꿈이죠.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다보니 오히려 꿈이라는 것 자체의 경계가 되게 흐릿해진 것 같아요. 일상과 직업의 경계는 약간 뚜렷해지면서, 꿈과 다른 요소들의 경계는 조금 흐릿해진 날들을 좀 보내고 있어요.

직업적으로는 사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, 요즘 살짝 번아웃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.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직업의 소중함을 조금 더 느끼게 되면서, 지난 한 2년간 되게 많이 달렸거든요. 직업에서 계속 더 성과를 내고 싶어하며 달려오다 보니까 최근 들어서는 내가 조금 지쳤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조금 들더라고요. 어느 정도의 휴식이 필요한게, 직업에 대한 솔직한 근황입니다. 일상에 대해서 말해보자면, 점점 일상에서의 나 자신이 조금 더 좋아지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. 예전에는 직업과 꿈의 꿈이 차지하고 있는 마음의 공간이 너무 컸어서 일상에 있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좀 없었는데, 요즘 의도적으로 일상에 있는 나 자신을 좀 더 살펴보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까 일상에 있는 순간순간의 내 자신이 조금 더 좋아지고 있어요. 조금 더 솔직해지고. 일상에서의 나 자신이 이제는 좀 더 잘 살고 있는 것 같은, 그래서 좀 예뻐 보이고 기특해 보이는 그런 시기에요.

전 처음에 생각했던 것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데 브랜드라는 게 생각보다 되게 크고 복잡하게 느껴지잖아요? 그냥 일반이로서 생각을 하기에. 근데 그 크고 복잡한 브랜드를 아우르는 단 한 가지의 스토리를 생각을 한다는 점이 되게 매력이 있었어요. 어떻게 보면 토대를 잡는 거죠.되게 커다란 브랜드의 토대를 잡아줘서 이 브랜드가 하고 앞으로 할 모든 일들이 결국에는 토대에서 뻗어나가는 일들이 많은데 그 토대를 디자인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. 그 토대가 물론 시대에 따라 좀 달라지고, 그 시대의 상이 원하는 브랜드의 얼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래서 항상 그 토대가 몇 년마다 한 번씩 바뀌겠지만, 어떻게 보면 그 기준점이 되고 갑자기 그 기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되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.

저는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. 직업의 의미와 꿈의 의미를 좀 다르게 해석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, 꿈은 거창하면서도 되게 소소한 게 꿈이라고 생각을 해요. 그게 내가 정말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나 자신이 되는 게 꿈일 수도 있잖아요. 그러니까 그런 게 꿈이라면, 직업은 그중에 한 요소일 뿐인데 더 어떻게 생각하면 내일 맛있는 점심 먹는 것도 꿈인데 그거는 직업과 상관이 없잖아요. 조금 더 추상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 같아요. 꿈에 대해 생각할 때는 좀 더 추상적으로 접근을 하고 직업에 대해 생각할 때는 조금 더 논리적으로 접근을 하려고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. 직업이 내 일상에 전부가 되지 않고, 꿈이 너무나 건조해지지 않게. 그래서 그래서 그 사이에 어딘가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그런 거를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. 그 직업과 꿈과 만나는 지점들이 그런 걸 좀 더 넓혀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.

사람과 호흡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. 이제까지는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을 많이 해왔잖아요.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다보니, 생각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대한 디자인을 안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. 사람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가는 것 같더라고요. 뭔가 많은 것들이 너무나 논리적으로 전략을 기준으로 디자인을 하다 보니까,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(user)로 보이는 거예요. 그래서 오히려 정말로 거기다가 저희가 토대를 짓는 작업이다보니까 실제로 어떻게 보면 건물이 완성 됐을 때 토대를 볼 수는 없잖아요.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약간 목이 좀 말라서, 사람들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디자인을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. 사람들과 직접 호흡하는 디자인들을 좀 해보고, 말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느끼고 듣고 그런 디자인을 그런 작업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.

요즘 들어서는 마음 챙김을 되게 중요시하고 있어요.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, 내 마음이 뭘 느끼고 있는지, 그걸 좀 더 신경쓰려하고 있어요. 디자이너로서의 김나영보다, 사람으로서의 김나영을 계속 살펴보려 하고, 특히 일상에서 그걸 많이 중요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. 김나영이 행복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내 마음이 지금 이 일을 할 때 괜찮은지, 내 마음이 지금 행복한지 불행한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고요. 그러면서 점점 나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점점 쌓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.

50대 50.일상에서 직업 생각 하는 걸 너무 안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, 그냥 일상을 살다가 뭔가 영감을 받으면 영감을 받는 거고, 그리고 그러다 일을 하다가도 일하기 싫으면 그냥 쉬는 거고. 약간 그거를 최대한 경계를 없애는게 오히려 제 자신이 좀 더 편안해져서 더 좋은 생각을 하는 거라는 거를 최근에 깨달았어요. 저한테는 그게 맞는 방식인 것 같아요.

편안함. 게으름과 편안함이 많이 다르잖아요. 편안함을 요즘 많이 중시하고 있고, 일을 할 때도 내가 편안할 때까지만 일을 하고 내가 일상을 살아갈 때도 내가 편안한 방법으로 생활을 하고. 너무나 많은 것을 무리하지 않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너무 나 자신한테 너무 가혹하지 않고 혹독하지 않게 최대한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을 위주로 생각을 하면 그게 저한테는 맞는 방식인 것 같아요.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게 나한테도 좋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.

그렇죠. 편안한 것도 치열함이 없었으면, 어느 정도가 편안한 건지에 대해서 비교가 좀 안 됐을 것 같은데 치열하게 살았던 날들이 있었어서 그와 비교하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. 어느 정도까지 편안해져야 맞는 것이고 어느 정도까지 치열한 게 맞는 것인지를 좀 알게 되는 것 같아요.

저는 사실 어렸을 때 되게 생뚱맞은 꿈들이 되게 많았거든요. 매번 매년 바뀌었던 것 같아요. 되게 어렸을 때는 바둑 기사가 되고 싶었고 그러다가 좀 지나서 수녀님이 되고 싶었고, 지금 생각하니까 되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꿈이었던 것 같아요. 그러면서 여러 종류의 직업을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꿈을 직업에서 분리를 해내려고 하다 보니까 어린 시절의 꿈과 지금의 꿈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. 어린 시절의 꿈은 직업이었다면, 지금으로서의 꿈은 꿈일 뿐이니까 사실은 그냥 가장 편안한 김나영이 되는 게 꿈인 것 같아요. .

단단하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. 따뜻한 것뿐만이 아니라, 스스로 단단하기 때문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, 누군가가 기대면 받아줄 수 있고. 단단하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은 게 꿈인 것 같아요. .